서론
우선 이 단락은 잡설로 채워질 예정이니 유용한 이야기를 원하시는 분은 과감하게 넘기셔도 됩니다
저는 꼬맹이 때 잠깐 글을 썼던 적이 있었습니다
딱히 인기가 있었던 적은 없었고
친구가 노트에 끄적끄적하는 걸 보고 재밌겠다 싶어서 따라했었어요
그 시절에 도서관에서 판타지 소설 책 빌려보는 걸 좋아했었거든요
딱히 성과도 없고 인기도 없어서 완결냈던 글은 없었고
그냥 앞부분만 습작처럼 좀 쓰고 연재 해본다고 깔짝거리다가 접고 또 올려보다 접고의 반복이었죠
그러다 돌고 돌아 최근에 시간이 아주 많이 남게 되어서
그 시간에 재밌는 웹소설들을 막 보면서 밤을 새우고 하다 보니
이젠 볼만한 웹소설들이 거의 없더라고요
그래서 내 취향인 걸 한 번 써보자!
겸사겸사 용돈도 벌면 좋고!
이런 마인드로 도서관에서 웬만한 작법서들은 다 빌려다 보고
여기저기 팁이라는 것들도 훑어보기도 하고
구상했던 걸 끄적끄적 해보기도 했습니다
한 5편쯤 쓰다 보면 특유의 끈기 부족으로 리타이어 되긴 하지만
그래도 이래저래 수집했던 정보들 봤던 이야기들을 짧게라도 정리해서 공유하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적어보려 합니다
제 생각도 있고 어딘가의 작법서에 적힌 내용도 있을 겁니다
참고는 하시되 맹신하시진 마시고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잘 활용해보시면 되겠습니다
웹소설은 패스트푸드입니다
아마 웹소설과 순문학은 완전 다르다
이런 이야기 많이 보셨거나 보시게 될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웹소설을 보는 이유는 딱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재미죠
이 무료한 시간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재밌게 죽이고 싶다
한마디로 킬링타임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웹소설을 무언가를 배우고 깨닫기 위해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아름다운 문장과 삶을 통찰하는 깊이있는 시선, 주제
이마를 탁 치게 만드는 깨달음
그런 것보다 지금 당장 재밌고 흥미로운 것
그게 바로 웹소설 독자들이 원하는 겁니다
패스트푸드처럼 쉽고 빠르게 자극적인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
저는 그게 바로 웹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웹소설에서는 재미만 있으면 모든 게 용서됩니다
개연성이 나락을 가도 재미만 있으면 욕하면서도 보고
캐릭터가 밋밋해도 재미만 있으면 되고
어디서 본 것 같은 이야기여도 재미만 있으면 됩니다
1화에 모든 걸 다 쏟아부어야 합니다
웹소설 독자는 참을성이 없습니다
지금 당장 빠르게 재밌기를 원해요
지금의 빌드업을 도움닫기 삼아 곧 개쩌는 무언가가 나온다?
그런 거 기다려주는 의리가 없습니다
세상에 널린 게 웹소설이고
1화만 봐도 흥미진진 재밌는 게 천지인데
시작부터 애매한 걸 굳이 봐야 할 필요와 가치가 없습니다
개쩌는 캐릭터와 아이디어 소재가 있나요?
1화에 다 때려넣으세요
웹소설 작가는 비슷한 음식점들이 모인 XX거리의 사장님과 같습니다
그 수많은 비슷비슷한 가게 중에 기껏 찾아온 손님은 최선을 다해 붙들어야죠
어그로 제대로 끌리는 간판과 외관도 만들고
이건 여기만 있네 하는 신박한 메뉴도 걸어놓고
문 열리자마자 당장 달려와서 안내하는 친절함도 갖춰야
겨우 손님을 자리에 앉힐 수 있는 겁니다
아무리 오래 연구한 맛깔나는 비법 소스가 있다고 해도
손님을 끌어와 앉혀서 주문하게 만들지 않는 한 그게 맛있다는 건 주방장 본인만 아는 겁니다
1화에서 최선을 다해 호객하세요
일단 자리에 앉은 손님은 웬만큼 실망시키지 않는 한 쉽게 떠나지 않습니다
이왕 들어왔으니 맛이나 보자
그게 사람 마음이잖아요
기억하세요
최대의 승부처는 1화입니다
완벽한 결말? 나중 일이잖아요
촘촘한 구성 탄탄한 전개? 나중 일이라고요
웹소설 독자는 일단 오자마자 붙잡아야 됩니다
1화에서부터 이건 다음 편 안 보고는 못 배기게 만들어야 해요
흔히 MBTI에서 I형인 사람들 얘기를 할 때
집에서 나가기 너무 싫어하는데
막상 나가면 재밌게 잘 논다고 하잖아요?
웹소설 독자도 똑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게 재밌나 재미없나
볼까 말까 고민하는 독자에게
첫 화에서 화끈하게 재밌다는 걸 보여주세요
다음 화 그 다음 화까지 금방 따라올 겁니다
지루하면 죽는다
우리는 앞에서 1화에서 최대한 가진 무기를 다 꺼내 붙잡아야 된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렇게 자리에 앉혀놓은 손님은 웬만하면 떠나지 않는다고요
그렇게 손님이 주문을 하고 음식을 먹고 떠났습니다
근데 우리 한 그릇 팔고 말 거 아니잖아요?
웹소설은 장기전입니다
최근 추세를 보면 대체로 250편을 넘는 작품들이 많은데
책으로 보면 25편이 한 권이니 10권 이상의 분량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한 번 왔던 손님을 계속 오게 만들어야 한다는 소리죠
자리에 앉은 손님은 웬만하면 주문을 하고 한 끼 식사를 합니다
첫입은 아주 맛있고 만족스러웠어요
그런데 먹을 수록 점점 물리고 밍밍해집니다
다음에 그 손님이 다시 올까요?
앞서 웹소설 독자는 참을성도 인내심도 없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웹소설은 재미가 알파이자 오메가라는 이야기도 했지요
1화에서 성공적으로 독자를 붙잡았다면 이후에는 어느 정도 참고 봐주긴 할 겁니다
볼만하고 괜찮다는 인상을 받았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끝까지 의리로 완주해줄 거란 기대는 하면 안 됩니다
제 기준으로 말씀을 드려보자면 저는 그 작품을 볼지 말지를
1화에서 첫 판단을 내리고
5화에서 두 번째 판단을 내리고
25화에서 세 번째 판단을 내립니다
자, 그럼 25화까지 재밌었다면 완결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참고 달릴까요?
정답은 놉입니다
25화까지 받았던 재미의 정도를 기준으로 참을성과 인내심의 정도가 정해집니다
여태 이만큼 재밌었으니까 지금 잠깐 이러는 것 정도는 참아줄만 하지
지금까지 그냥저냥 봤는데 이렇게 헛발질을 한다고? 됐다 딴 거나 봐야지
당연하게 평가는 계속됩니다
기존의 평가로 이번의 평가를 상쇄할 순 있겠지만
모든 게 누적되어 쌓여간다는 걸 잊지 마세요
앞에 이정도로 힘주고 신경 썼으니 앞으로는 좀 편하게 해도 되겠지
쓰는 사람보다 읽는 사람이 이런 느슨한 마음가짐을 귀신같이 눈치챕니다
실제로도 처음엔 재밌었는데 25화 넘기면서부터 혹은 중반부 넘기자마자
질질 끌면서 별 내용도 없이 흘러가는 편들을 남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에서 잘해왔다면 의리로 읽거나 참아주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분들도 참아주고 있을 뿐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어차피 시킨 음식이니 꾸역꾸역 먹은 걸 내 요리 솜씨가 대단했다고 착각하시면 안 됩니다
오늘 찾아온 손님은 내일도 찾아올 수 있는 손님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이 집이 맛집이라는 걸 알게 된 손님은 절대 한 번만 찾아오지 않습니다
다음에 그 가게에 새 메뉴가 생겼을 때
그 가게에 먹어보지 않은 다른 메뉴가 있을 때 또 찾아옵니다
이번 작품을 맛깔나게 써내서 독자에게 만족을 주면
그 독자는 이전 작품들을 찾아보고
다음 작품에 찾아옵니다
어차피 주문했으니까 저건 다 먹겠지
안일하게 생각하면 잠재수요를 놓치는 겁니다
한 작품으로 화끈하게 홈런 치고 은퇴하실 거라면 질질 끌면서 대충 쓰셔도 됩니다
새 작품 낼 때마다 이전 작품들에서도 덩달아 수익을 얻는 복리형 작가가 될 거라면 잊지 마세요
지루하게 질질 끄는 순간 내 작가 수명은 죽는 겁니다
보고 싶어하는 걸 쓰세요
핵심만 써야지 했는데
지금까지 써놓은 걸 정리해보면
웹소설은 첫째도 재미 둘째도 재미 셋째도 재미입니다
인 것 같아요
시작부터 재밌어야 하구요
끝까지 재밌어야 합니다
그래서 재미가 뭔데?
재밌게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물으신다면 저도 아직 답을 찾지 못해서
그건 너무 포괄적인 질문이고 케바케다 라고 피해갈 것 같아요
그래도 나름대로 지금까지 찾은 기준을 공유해보자면
우선은 웹소설을 많이 읽어봐야 그 재미라는 걸 탐지하는 감각이 생기는 것 같아요
지금 인기있는 작품들의 공통점
특정 장르에서 매번 나오는 장치 소재 구성
이런 것들을 찾아서 분석하다 보면 재미가 뭐다 딱 정의할 수는 없어도
어렴풋이 아 이런 건가 하는 추상적인 개념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웹소설을 잘 쓰려면 무엇보다 웹소설을 많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글을 쓸 때 한 번씩 되물어보는 게 좋습니다
이걸 독자들이 보고 싶어 할까?
이 글을 본 독자들은 뭘 기대할까?
다음에 어떤 내용이 나오길 바라지?
내가 쓰고 싶은 것보다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걸 쓰는 게
웹소설 작가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말로는 내가 쓰고 싶은 걸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형태로 쓰는 게 정답일 수도 있구요
중요한 건 작가인 나보다 독자를 조금 더 우선시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저는 글에 반전을 넣는데 집착한 적이 있습니다
반전을 가장 쉽게 만드는 방법은 독자의 기대를 짓밟고 배신하는 형태더라고요
로맨스 소설인 척 썸타는 분위기 물씬 풍기다가 사실 진짜 남주 혹은 여주는 쟤가 아니야
하는 식으로 말이죠
A와 B의 로맨스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C와의 로맨스를 보여주면 어떻게 될까요?
저거 치워
내가 보고 싶은 건 C가 아니라고
왜 설탕 달라니까 자꾸 소금을 주는데 그거 아니라니까?
하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걸 쓰세요
그게 바로 재밌는 겁니다
그 보고 싶어하는 걸 어떻게 찾냐고요?
인기있는 작품들을 많이, 아주 많이 보세요
그럼 저절로 알게 될 겁니다
간결체
웹소설은 간결체로 적어야 합니다
대충 슥 봐도 이해가 돼야 하고
속독으로 대충 슥 봐도 문제가 없어야 합니다
한 글자 한 단어 소중하게 꼭꼭 씹어 읽는 웹소설 독자는 극소수입니다
그건 재밌지 않거든요
웹소설은 대체로 모바일 기기에서 읽습니다
작은 화면으로 글자를 보기 때문에 글이 길어지면 화면을 꽉 차지해 답답해 보이죠
읽기도 전에 거부감부터 생깁니다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 문장 길이가 두 줄이 넘지 않도록 하세요
대체로 한 줄인 게 가독성에 좋습니다
문단 단위로 단락을 나누는 일도 불필요합니다
그낭 문장이 끝나면 무조건 줄바꿈하세요
피치못할 사정으로 문장 길이가 세 줄을 넘어간다?
쪼개세요
웹소설에서 문장 길이는 단락 길이는 지하철 혼잡도와 같습니다
다닥다닥 붙은 만원 지하철은 누구에게나 짜증스럽겠죠?
적당히 앉을 자리를 만들어주세요
여백의 미 아시죠?
웹소설 독자 중에는 지문은 패스하고 대화만 읽는 분들도 계십니다
대체로 지문은 설명이 많고
핵심은 인물간의 대화로 이루어지니까요
적절한 지문과 대화의 밸런스
이것 또한 중요합니다
정리하자면 쉽고 빠르게 재밌기 위해선 문장들이 팍팍 치고 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 가능한 간결한 게 좋겠죠?
우리 다 겪어봐서 알잖아요
교장 선생님 훈화, 가까운 사람들의 잔소리, 상사의 헛소리
불필요한 말, 쓸데없는 말, 반복되는 말
군더더기 가득한 말들은 자체 필터링으로 없는 게 되어버린다는 것
보고 싶은 핵심만 딱딱 깔끔하게
다이어트는 내 배에만 필요한 게 아니라 웹소설에도 필수입니다
정리
안 그러려고 했는데 뭔가 주저리주저리 한 것 같네요
약간 흑역사 느낌쓰지만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 거라 믿고 둬보겠습니다
할 얘기는 다 적은 것 같긴 한데
언제 한 번 쭉 보면서 다이어트 좀 시켜야겠습니다
사실 거의 원론적인 이야기들이지만
제가 작법서 엄청 봤는데
다 제가 적어놓은 거랑 비슷한 이야기들 적혀 있더라고요ㅋㅋ
대충 자기들 경험담 적당히 버무려서 자기 자랑하고요
그 중에서도 보다보면 한 파트씩은 이건 정말 우와다 하는 것들도 있긴 했는데
그건 반응 보고 차차 공유할지 말지 고민해보겠습니다ㅋㅋ
음 이건 제가 작법서들 많이 보다 보니 느끼는 건데
작법서들 중에는 웹소설 기준이 아닌 것들도 많거든요
물론 더 깊이 있고 좋은 작품을 위해 필요한 내용들이긴 하지만
웹소설보단 순문학 작법서에 가까운 것들도 많은 것 같아요
혹시라도 작법서 보시는 분들은 그런 부분도 염두해두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무튼 다들 화이팅입니다
모쪼록 재미무새인 저에게 재밌는 작품을 선사해주시는 작가님들이 한 분이라도 더 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왕이면 아이돌물이나 배우물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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